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잡초만 무성한 음성읍 읍내4리 라벤더 화단
▲잡초만 무성한 음성읍 읍내4리 라벤더 화단

2023년 5월4일 음성군이 음성읍의 지역단체장, 공무원과 역말 주민들을 대동해 심은 라벤더1만 4000주가 잡초에 파묻혀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다는 음성읍 주민들의 원성에 지난 16일 현장을 찾았다.

하천변 양측 라벤더 화단엔 성인 허리께 까지 자란 잡초가 무시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고, 그 속에서 가끔은 숨죽이고 수줍게 핀 라벤더 몇 포기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산책로에서 가까운 라벤더 화단엔 누군가가 제거한 잡초가 수북히 쌓여 있었고, 메마른 라벤더가 애써 작은 보랏빛 꽃을 피워냈다.

“엊그제부터 잡초를 제거하기 시작했어요. 주민들이 나서서 잡초를 제거하고 있고, 다음 주 부터는 음성군 자원봉사센터의 도움을 받기로 했어요.”

지난 2월 말 신임 이장으로 선출된 음성읍 읍내4리 김영옥 이장의 말이다.

음성군 관계자는 “주민들로부터 잡초가 무성하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읍내4리에서 잡초제거를 위한 인력과 비용을 요청해 왔으나 음성군은 본 사업을 위해 어떠한 예산도 집행할 수 없고, 주민참여예산으로 진행된 사업이나 만큼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못 박고 “다만 잡초제거 등 관리를 위해 음성군이 협조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2020년과 2021년 음성읍 읍내4리 역말은 군 단위 공모 주민참여예산 사업에 선정되면서 사업비 총 6억 원을 투입해 라벤더 3만4천주를 식재했으나 모두 고사했다. 해당 부지가 라벤더가 생존하기에 불가능한데다 동절기에 식재해 대부분이 동사했기 때문이다.

6억 원이라는 거액의 혈세가 라벤더와 함께 증발되면서 군민들의 비난이 쏟아지자 음성군은 지닌 5월 4일, 당초 라벤더 묘목 식재를 맡은 시행사 및 관급자재 납품업체로부터 라벤더 묘목 약 1만9천주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공무원과 지역 기관사회단체장, 역말 주민 등 100여 명을 동원해 역말 인근 천변에 라벤더 1만4000주를 식재했다.

2022년 라벤더 사태가 터진 후 음성군은 “라벤더 식재 대체부지가 마을 인근이기 때문에 애초 마을에서 계획했던 소규모 수공업 형태의 비누, 아이스크림, 오일 추출 등 사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김 이장에게 사업 계획을 묻자 “그건 다 지나간 사람들의 일이고, 우린 상관이 없다”면서 “많은 분들이 참여해 애써 심어놨으니 꽃이나 보자는 생각에 잡초를 제거하고 있다”고 밝히며 전임 이장이 벌여놓은 사업에는 선을 분명히 그었다.

음성읍 읍내4리 전 이장이 신청, 군 단위 공모 주민참여예산 사업에 선정된 ‘역말 오솔길 조성사업’은 마을 비탈길에 라벤더를 식재하여 외부 관광객 유치를 위한 축제를 개최하는 한편, 라벤더를 이용한 아이스크림 및 제과, 화장품 등의 제조.판매를 통해 마을주민의 소득 창출에 이바지 한다는 목적으로 추진됐다.

역말오솔길 조성 사업을 둘러싼 각종 문제점들이 지속적으로 발생되고 있고,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우리나라 지방재정법에는 "다년간 계속되는 사업은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한다고 명시해 놨다. 이번 읍내4리의 예에서 볼 수 있듯 다년간 진행되는 사업의 경우 사업 수행자가 교체되면서 사업 자체가 공중 분해되는 상황을 우려했음이다.

또한 "이미 사업비를 지원한 동일한 사업을 제외한다"고 명시하며 불공정 심의 행위 예방을 위한 제도적 장치까지 마련해 뒀지만 과거 음성읍에서는 이마져 통하지 않았다.

2022년 7월에 열린 제347회 음성군의회 임시회에서 박흥식 의원과 서효석 의원도 당시 음성읍이 지방재정법을 어기고 다년도(계속사업) 사업과 이미 지원한 동일 사업을 동일한 대상에게 2년간 6억원을 지원했다며 강하게 질타한 바 있다.

여기에 라벤더를 재배해 본 경험이 전무한 사업제안자의 무지와 무책임이 또 한 몫 했으니 값비싼 시행착오 치고는 너무 값이 비쌌다.

▲잡초만 무성한 음성읍 읍내4리 라벤더 화단
▲잡초만 무성한 음성읍 읍내4리 라벤더 화단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다. 태산이 큰 소리를 내고 흔들리는데도 뛰어나온 것은 고작 쥐 한 마리 뿐이다.

국민혈세 6억원을 투입해 라벤더 축제를 개최하고, 외부 관광객 유치하며, 라벤더 꽃을 이용한 각종 상품 제조로 주민 수익 창출에 이바지 하겠다는 거대한 목표로 음성군을 떠들썩하게 흔들어 놨지만 정작 남은 건 무성하게 자란 잡초 속 수줍은 라벤더 꽃 몇 송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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